최근 국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상장사들의 실적이 일제히 꺾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산업의 구조 자체를 다시 살펴보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건기식이 잘 팔리냐 안 팔리냐”를 넘어, 이 산업에서 누가, 왜 돈을 버는지를 이해해야 정확한 투자 판단이 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산업 구조를 원료→ODM→브랜드→유통 4단계로 나눠 분석하고, 주요 상장사의 포지션과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한다.
건기식 산업, 누가 돈을 버는가 — 밸류체인 4단계 구조
건강기능식품 산업 구조는 아래 4단계의 밸류체인으로 구성된다.
원료 → ODM 제조 → 브랜드 → 유통
| 단계 | 역할 | 특징 | 투자 수익 구조 |
|---|---|---|---|
| 원료 | 기능성 소재 개발·공급 | 특허·임상 기반 진입장벽 | 수익성 높음 |
| ODM | 브랜드사 위탁 생산 | 주문 물량 기반 안정성 | 안정적, 성장 상단 제한 |
| 브랜드 | 소비자 직접 판매 | 마케팅·채널 역량이 핵심 | 고마진 가능, 비용 부담 큼 |
| 유통 | 홈쇼핑·온라인 채널 | 채널 파워에 따라 실적 변동 | 채널 의존도 높음 |
투자 관점에서 원료 기업이 수익성이 가장 높다. ODM은 안정적이지만 성장 상단이 제한적이고, 브랜드는 마진이 좋지만 마케팅 비용 부담이 크다. 이 세 가지 포지션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건기식 투자의 출발점이다.
최근 건기식 시장이 꺾인 이유 4가지
상장 건기식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는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코로나 특수 종료와 역기저 효과
2020~2022년 팬데믹 기간, 면역 관련 건기식 수요가 급증했다. 현재는 수요가 정상화됐고, 높아진 기저의 역기저 효과가 실적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② 시장 포화 — 신규 소비자 유입의 한계
한국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건기식 소비 비율이 매우 높은 나라다. 가구 대부분이 이미 건기식 구매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신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의 시장 확대는 한계에 가까워졌다.
③ 브랜드 난립과 ODM 주문 분산
최근 몇 년 사이 건기식 브랜드 수가 급격히 늘었다. 인플루언서 브랜드, 홈쇼핑 PB, 온라인 D2C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진입하면서 ODM 업체 입장에서는 주문이 분산되고 단가 협상력도 약해지는 상황이다.
④ 홈쇼핑 채널 약화
건기식 판매 채널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홈쇼핑의 영향력이 빠르게 줄고 있다. 소비자 채널이 온라인·D2C로 이동하면서, 홈쇼핑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 건기식 산업의 특징 — ODM 중심 구조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한국 건강기능식품 산업 구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ODM 제조 역량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점이다.
| 영역 | 한국 시장 평가 |
|---|---|
| 원료 산업 | 상대적으로 약한 편 |
| ODM 제조 | 매우 강함 — 글로벌 수준의 생산 역량 |
| 브랜드 | 대형 브랜드 일부 존재, 전반적으로 분산 |
| 유통 | 홈쇼핑 의존도 높음 (현재 약화 진행 중) |
국내 건기식 산업은 제조 기반의 ODM 중심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이것이 원료와 브랜드 부문의 상대적 취약성으로 이어지며, 동시에 원료 역량을 확보한 기업에 대한 프리미엄 근거가 되기도 한다.
주요 상장사 포지션 분석
ODM 제조 기업 — 콜마BNH · 노바렉스 · 서흥
콜마BNH, 노바렉스, 서흥은 국내 건기식 ODM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다. 브랜드사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로, 다수의 브랜드 고객 확보가 실적의 핵심이다. 브랜드 난립이 심화될수록 ODM 수요는 증가할 수 있지만, 동시에 단가 경쟁 압력도 높아진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원료 기반 기업 — HL사이언스
HL사이언스는 식약처 승인을 받은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를 약 10종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자체 제품도 판매하는 구조다. 원료를 브랜드사에 공급하는 B2B 수익 모델을 포함하고 있어, 소비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기업 — 셀바이오텍
셀바이오텍은 자체 개발 유산균 균주를 보유한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기업이다. 균주 자체가 핵심 자산이기 때문에 경쟁사가 동일한 제품을 쉽게 복제하기 어렵다. 원료 기반 기업의 성격과 일부 겹치는 포지션이다.
투자 핵심 포인트 — 개별인정형 원료란 무엇인가
건기식 투자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 바로 개별인정형 원료다.
| 구분 | 특징 | 진입장벽 |
|---|---|---|
| 고시형 원료 | 누구나 사용 가능한 공개 원료 | 낮음 |
| 개별인정형 원료 | 임상 후 식약처 승인 → 해당 기업만 독점 사용 | 높음 |
개별인정형 원료는 임상시험으로 기능성을 입증하고, 식약처 승인을 거쳐 일정 기간 해당 기업이 독점 사용할 수 있다. 임상 비용과 긴 승인 기간이 자연스러운 진입장벽이 되므로, 이를 얼마나 보유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된다.
개별인정형 원료를 다수 보유한 기업은 가격 경쟁 없이 차별화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단순 ODM 기업과 원료 역량을 갖춘 기업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면 안 되는 이유다.
기업별 개별인정형 원료 보유 현황 비교
| 기업 | 개별인정형 원료 보유 | 포지션 특징 |
|---|---|---|
| HL사이언스 | 약 10종 | 원료 기반 B2B+B2C 병행 |
| 노바렉스 | 약 40종 이상 | 국내 최다 수준 — 원료 역량 보유 ODM |
| 셀바이오텍 | 균주 기반 원료 | 프로바이오틱스 특화, 균주가 핵심 자산 |
원료 보유 수 기준으로는 노바렉스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개별인정형 원료를 확보하고 있다. 단순 ODM 기업이 아닌, 원료 역량을 갖춘 ODM으로 접근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 차이가 밸류에이션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건기식 산업과의 비교
글로벌 시장에서는 원료 기업이 밸류체인 상단을 장악하고 있다. DSM-Firmenich, Kemin Industries 같은 기업들은 전 세계 식품·건기식 기업에 원료를 공급하며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한다.
한국은 ODM 제조 역량은 세계 수준이지만, 이에 해당하는 글로벌 원료 기업이 아직 부재하다. 이 빈자리는 중장기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개별인정형 원료 확보와 해외 시장 진출을 병행하는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으로 살아남는 기업 유형 3가지
건기식 산업에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1) 원료 기술 보유 기업
특허·임상 데이터를 보유한 기능성 원료 기업. 단가 경쟁 없이 B2B 수익 모델로 안정성이 높다.
2) 글로벌 ODM 기업
국내뿐 아니라 해외 브랜드 고객을 확보해 내수 포화를 돌파하는 제조 기업. 수출 비중이 중요한 평가 지표다.
3) 강력한 브랜드 보유 기업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 채널 이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채널 다변화 여부가 핵심 체크포인트다.
다음 성장 분야 — 프로바이오틱스·마이크로바이옴
건기식 산업 내에서 중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 프로바이오틱스 — 이미 성장 중인 카테고리. 균주 차별화가 경쟁의 핵심.
- 콜라겐·이너뷰티 — 뷰티와 건강의 경계가 흐려지는 트렌드. 젊은 여성 소비자 중심.
- 포스트바이오틱스 — 프로바이오틱스의 다음 단계로 주목받는 차세대 원료.
- 마이크로바이옴 — 건기식에서 의약품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어 가장 주목도가 높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은 건기식 파이프라인이 의약품으로 이어질 경우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가능성이 생긴다. 관련 기업의 임상 파이프라인을 함께 체크하는 것이 좋다.
결론 — 건기식 투자, 어디에 주목할 것인가
건강기능식품 산업 구조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원료 기술과 브랜드 경쟁력을 동시에 갖추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국내 건기식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다. 내수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앞으로의 투자 판단은 세 가지 기준으로 접근하면 유효하다.
- 개별인정형 원료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
- 해외 ODM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가
- 마이크로바이옴 등 차세대 카테고리를 선점하고 있는가
각 기업이 이 세 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단순 실적 숫자 너머의 구조적 경쟁력이 보이기 시작한다.